“제가 틀렸네요” 테스트

꾸준한 성장을 위해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 하나.

들어가며

회사 다니면서 스스로 주기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바로:

마지막으로 “제가 틀렸네요” (혹은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잘 모르겠어요”) 라고 소리 내어 말한 게 언제인가?

만약 그 답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너무 오래 전이라 까마득하다면 위험 신호라 생각한다.

이를 위험 신호라고 여기는 이유는, 나는 일터에서 꾸준히, 빠르게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이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게 언제인지 기억 안 날 만한 상황을 하나씩 생각해보자.

Case 1 : 실제로 틀린 적이 거의 없다

드물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지 않고 정확히 아는 범위 내의 일만 수행한다면 딱히 틀리는 일 없이 몇 주, 몇 달이 지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주어진 일을 아주 잘 수행하는 중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정답을 아는 과제만 수행하는 환경에서 빠른 성장이 일어나긴 매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안 해본 일, 어려운 일에 도전하면 자주 틀릴 수 밖에 없다. 성장은 그러한 답을 모르는 문제에 도전하고, 때론 맞고 때론 틀려가며, 결과로부터 배우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일하면서 틀릴 일이 거의 없다면, 그런 기회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 당신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 : 지루하거나 불안하거나)

Case 2 : 실제로 자주 틀리지만 나도 모르고, 주변에서도 모른다

성과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Case 1과 비슷하다.

Case 3 : 실제로 자주 틀리지만 나만 모르고, 주변에서 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자주 틀린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경우다. 회사 내에서의 나의 어떤 권력 때문에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말을 하기 꺼려져서일 수도, 아니면 이전에 피드백을 줬을 때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본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경우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어떤 특수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부족함을 발견할 수 없으니 개선이 어려울 뿐더러,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동료로서의 평판을 꾸준히 깎아먹기 쉽기 때문이다.

내 부족함을 빠르게 발견하고 싶다면, 주변에 ‘내가 틀리는 걸 발견하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다’ 라는 시그널을 선제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 물론 실제로 피드백을 받았을 때에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감사를 표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Case 4 : 실제로 자주 틀리고 나도 알지만 인정할 수 없다

나도 내가 틀린 상황들을 알지만 소리내어 인정하지 않는 경우다.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나의 에고, 자존심이 스스로 틀렸음을 인정 못 하도록 막는 경우이다. 인간으로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위 Case 3의 경우로 바뀌는 건 시간 문제다. 틀렸을 때는 인정하고 나아가는 법을 너무 늦기 전에 배워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틀림을 인정하는 것이 곧 부족함의 척도로 여겨지고 나쁜 평가로 이어지는, 심리적 안정감이 결여된 환경에 속한 경우다. 독성 환경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당장 환경을 개선/교체하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허나 빠른 성장(과 다른 많은 중요한 것들)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분명하니, 만약 이 경우에 해당된다는 결론이 났다면 해결책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맺으며

당연히 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틀렸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항상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라 그건 그 나름대로 큰 문제일 것이다. 꾸준히 새 부족함을 발견하되,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