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매기 0: 2026년 5월 8일

우리가 처음으로 우리 집을 사서 들어가는 날이다.

5월 8일은 하진과 나에게 중요한 날짜다. 대학생 때 연애를 시작한 날이 2015년 5월 8일이다. 두 숫자의 자리를 바꾼 8월 5일은 결혼 기념일이다. 순전히 가족의 일정과 지갑 사정에 맞춰 정한 일자임에도 ‘연인’ 관계의 시작일과 종료일이 이루는 수미상관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퍽 놀라고 즐거웠다. 결혼 후부터는 해당 날짜의 원래 지위를 빌려, 여러 명절과 함께 양가 양친을 만나러 가는 핑계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번 주 금요일이면 5월 8일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진다: 우리가 처음으로 우리 집을 사서 들어가는 날이다.

우리 집. 사서 들어간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적으면서 실감이 나지 않는 말들이다. 다소 얼떨떨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나는 ‘내 집 마련’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릴 때부터 크게 기대를 갖거나 의미를 두었던 적이 없다. 그런 나도 이 정도이니, 확실히 큰 일이긴 한 모양이다. 실로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이삿짐을 풀고, 주민센터에 다녀오고, 맡겨둔 고양이를 데려오고, 짜장면을 시켜 먹는 저녁 우리는 어떤 기분에 잠겨 있을까? 또 다른 월셋집, 전셋집을 들어갈 때와 다를까? 아니면 별 차이 없을까. 두 노부부가 수십 년째 살았다는 집의 꽃무니 벽지와 여기저기 울은 주황 장판은 옮겨온 가구와 짐과 섞여 어떤 냄새를 낼런지. 그래야 할 이유도 딱히 없지만, 괜히 벽에 못을 한 번 박아볼까.

고민하고, 구매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동안 마음이 덜컥거린 순간들이 있었다. 방지턱에 걸리듯, 옷감을 쓸어내리다 잘못된 바느질을 발견하듯. 불곡산과 제4테크노밸리에 대해, 유니클로 치노 팬츠와 스팀덱과 아파트에 대해, 자립과 손 벌림에 대해, 호갱노노와 부동산 카페에 대해, 학군과 라캉에 대해, 그리고 또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를 하나씩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하러 글로 남기는가? 늘 쓰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살면서 주택을 몇 차례 더 사게 될지 모르겠지만, 첫 집 구매는 이번이 마지막임은 확실하다. 큰 일을 새로이 겪을 때면 늘상 그렇듯, 집을 사는 일련의 과정 속 처음 보는 나를 (우리를) 발견했다. 단단했던 확신이 어떨 땐 강화되고, 어떨 땐 온전한 오해였음이 밝혀졌다. 다만 아직까진 그 발견을 –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 한들 –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미심쩍다.

그 과정을 글로 자아내는 과정은 왜인지 묘한 이미지와 결부된다. 시간은 수도꼭지다. 누군가 가장 찬 온도로 레버를 돌리고 틀었나, 기억의 물줄기는 세차게 흘러내린다. 금세 망각이라는 하수구로 떠내려갈 그 흐름 속, 어떤 덜컥임들이 매생이 가닥마냥 하늘거린다. 글쓰기라는 채반으로 조심스레 건져낸 초록 아지랑이들로, 실을 잣듯 전을 부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이 비유 만큼이나 이상한 맛일지도, 그 양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 끼 배만 채워도 족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