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리스』
“Are you still looking for answers where there are only questions?”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눈에 띌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서 벼르다가 결국 플레이했다. 토요일 아침에 처음 잡았다가 주말이 끝나기 전 마쳐버렸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장르의 팬이 아닌 이까지 반하게 하는 건 보통 완성도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스토리가 만드는 감정의 울림이 중요한 게임이다. 그러나 (물론 훌륭한) 복잡한 세계관, 수많은 플레이버 텍스트, 설정들보다도 무엇보다 아트와 음악의 힘에 크게 기대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특히 탑뷰와 일인칭 시점을 넘나들며 다른 각도로 보게 되는 로우 폴리 모델링에서는 – 그 조악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 조악함 때문에 – 고유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솔직히 연출이 과하다 느끼는 순간도 있었지만 (‘아니, 알겠어요…’), 나의 선호와 별개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힘이 느껴져 좋았다. 만든 이들이 자신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잘 알고, 그와 같은 무언가를 구현하려 최선을 다했다는 진한 인상을 받았다. 이걸 진짜 둘이 만들었다고?
게임을 마친 뒤 머리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왠지 모르게 이창동의 『버닝』을 떠올렸다. 표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사실은 모르겠는, 그러나 그걸 이해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앎이 아닌 느낌을 위해 종종 이따금 다시 찾아오고 싶어질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