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팀 프론트엔드 챕터 리드 회고
프론트엔드 챕터 리드 역할로 일한 일 년 반 남짓을 돌아봅니다.
들어가며
몸담은 플렉스팀에서 2021년 5월부터 프론트엔드 챕터 리드 역할을 맡아 왔다. 그리고 1년 반이 살짝 덜 지난 2022년 10월, 사내 직무 전환과 함께 리드 역할을 내려놓았다. 챕터 구성원은 7명에서 20명, 전체 팀은 47명에서 130명까지 커지는 사이 양적일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챕터 리드로서 함께한 그 시간을 간단히 돌아본다.
실패 : 슈퍼 히어로 흉내
사실 이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터라, 챕터 리드 역할이 처음이 아니었다. 첫 리드 시절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좋은 리드였을지 자문해보면. 사실 아쉬운 점이 많았다. 때문에 플렉스팀에서 챕터 리드를 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처음 할 때보단 잘 해야겠다’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압박을 꽤 받았다.
그 압박을 헤쳐 나가기 위해 최초로 택했던 전략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일을 들고 와서 전부 내가 해치워버리기’였다. 기존에 맡고 있던 일도 적지 않았고 이미 리드로서 맡게 된 미팅 등 업무가 추가된 마당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걸로 모자라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주인 없이 남겨진 업무까지 내가 하겠다고 끌어안았다.
결과적으로는 – 짐작할 수 있듯이 – 전혀 성공적이지 않았을뿐더러, 역효과만 났다. 들고 간 업무 자체도 제때 진행되지 않았고, 심적으로 느끼는 압박만 늘어 심해졌을 때는 회사에 나오기도 싫고 일도 재미없어지는 상태까지 빠졌다. 다행히도 팀의 여러 동료에게 도움을 청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덕에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업무를 들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신뢰 : 팀에 기대기
그러한 실패를 통해 ‘훨씬 더 나은 개별 기여자’가 되려는 노력이 ‘좋은 리드’가 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개인에 의존하기보단 함께 더 잘 일 하는 법, 빠르게 성장하는 팀의 속도에 적응할 수 있는 업무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자연스럽게도, 혼자 다 할 수 없으니 함께 일하는 이들을 동기부여하고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위임할 것이며 어떻게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되 완성도는 놓치지 않고 챙길까? 처음엔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고 헛디딘 적도 많았던 질문이었다. 하나 충분한 반복 학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차츰 감을 잡아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둘을 서서히 그러나 명확히 깨우치게 되었다. 첫째, 모든 상호작용의 시작은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관심과 아끼는 마음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둘째, 진정 믿고 중요한 역할을 맡겼을 때, 적절한 도움이 함께한다면 사람들은 거의 항상 기대를 넘는 결과를 낸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많은 (특히 역할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리드가 자기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팀원의 능력은 과소평가한다– 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화 : 자라기 위해 내려야 할 뿌리
신뢰 기반의 위임이 점차 익숙해지며, 리드로서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삼은 목표는 바로 문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회사와 챕터의 결정들에 대한 맥락과 배경을 모두가 명확히 이해하고, 필요하면 나로부터 바꿀 수 있다 믿고 실제로 그리하는 문화. 개인 수준이 아닌 팀 수준의 결과물을 최적화하여, 로컬 맥시멈이 아닌 글로벌 맥시멈을 추구하는 문화. 높은 기준을 견지하며, 구성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고 리드처럼 행동하는 문화.
이는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회사의 필요에 기인한 목표였다. 회사가 너무 빨리 크고 있었기에, 챕터도 그 속도에 맞춰 성장할 준비가 필요했다. 몇몇의 개인기에 의존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 뻔해 보였다. 초기에 합류한 이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다음에 오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길게는 –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 팀의 문화의 많은 부분을 정의한다. 문화의 초석을 닦는 일이 당장의 업무 효율화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때론 단기적인 비효율도 감수하며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큰 노력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의도대로 잘 동작해준 것 같다. 이제 플렉스팀 프론트엔드 챕터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 누군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발제자부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직접 찾아 제시하고, 필요하면 함께할 이를 꾸려 실행에 옮긴다. 개인이 당장은 약간 돌아가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팀이 더 효율적으로 잘 일하게 될 경로가 보이면 그 길을 택한다. 이미 그런 방식으로 해결해낸 프로세스, 쌓아온 자산이 여럿이라 팀 차원에서의 노하우도 생기고 자신감도 올라온 상태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챕터를 어딘가에 소개할 때 가장 자랑스럽게 말할 지점이다.
책임 : 나쁜 팀은 없고 나쁜 리더만 있다
리드를 내려놓을 즈음 한 동료가 물었다. “더 나은 리드가 되기 위해 도움이 되었던 방법 같은 게 있나요?” 내가 드린 대답은 “저도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내 책임의 범위를 넓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였다.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에는 ‘극한의 오너십’이라는 테마가 반복해 등장하는데, 아래는 관련해 좋아하는 인용구 중 하나다:
“궁극적으로 우리 조의 성적은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나쁜 팀은 없으며, 오직 나쁜 리더만 있다는 개념은 쉽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을 이끌려면 리더가 이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리더는 팀의 성과를 저해하는 문제들을 비롯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팀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것은 리더가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위해 팀원들이 협동하게 만들고, 여러 제약 조건을 개선하려고 부단히 노력할 때만 가능하다. 팀 내에 극한의 오너십 문화가 배어 있으면 모든 팀원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확실하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그것이 문화든, 제품의 성능이나 경험이든, 채용과 관련된 문제든, 함께 일하는 방식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챕터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항이 발견되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변명하고 넘어갈 여지를 차단하니 결국 내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들이 쌓였다. 그 과제들을 해결해나갈 방법을 어떻게든 – 수많은 사람과 자료의 도움을 받아가며 –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맺으며
며칠 전에는 회사에서 동료와 이런 대화를 했다.
- 그 : “이 세상 어느 직군, 어느 조직에서든 모든 리더가 갖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뭔 줄 아시죠?”
- 나 : “모르겠는데요. 뭔가요?”
- 그 : “세상 모든 리더가 갖는 공통점은⋯ 그 사람을 따르는 팔로워들이 있다는 거죠.”
결국 따라주는 사람이 없으면 리드도 없다.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리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챕터 구성원분들께 큰 감사와, 한 챕터 – 여러 의미에서 – 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마운 만큼, 비록 역할은 달라지지만 앞으로도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