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지금껏 너무 좋게 보아서 글로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컨텐츠에 대해서만 썼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험도 기록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여운이 남거나 또 보게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왜인고 생각해보니 이 영화를 끝까지 본 후에도 딱히 요한, 미정, 경록이라는 세 인물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영화가 던져주는 정보들이 없지는 않다. 허나 이는 영화 내의 등장인물 아무개 역시 그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파악할 수 있었을, 인간의 지층 중 상대적으로 표면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게 아닌 심층에 어떤 무늬가 기록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 기분이다.
그 힌트일 수 있는 각 인물별 전사, 설정, 사건들이 제시되지만, 마치 소설의 ‘인물 소개’ 섹션에 소개된 짤막한 문장들처럼 그냥 툭 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스가 잘 묻지 않고 면과 따로 노는 파스타처럼.
지금껏 너무 좋게 보아서 글로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컨텐츠에 대해서만 썼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험도 기록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나의 불호가 정확히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그 불호가 작품에게 과연 정당한지 검증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추후 생각이 바뀐다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