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

온전히 추천하기엔 아쉬움이 있지만, 분명 훌륭한 부분이 존재하며 개인적으로는 자주 도움을 받을 듯하다.

아주 예전부터 이름만 들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온전히 추천하기엔 아쉬움이 있지만, 분명 훌륭한 부분이 존재하며 개인적으로는 자주 도움을 받을 듯하다.

책의 핵심 프레임워크는 충분히 유용하다. 누구나 한 번쯤 읽고 적용해보면 좋겠다– 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러 실패를 겪으며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조금씩 정립해 왔다. 이 책에 정립된 방법은 그와 비슷한 방향이지만 훨씬 더 명확하게, 총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형태이다.

비폭력 대화는 크게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일어난 일을 그저 그대로 바라보는 ‘관찰’, 관찰을 통해 내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는 ‘느낌’, 느낌의 원인이 되는 나의 ‘욕구’, 마지막으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구체적인 ‘부탁’.

저자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이라는 각 단계를 꽤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느낌과 생각은, 부탁과 강요는 각기 이런 지점에서 다르다. 올바른 부탁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 등등.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개념 소개 장의 마무리에는 ‘이 문장은 우리가 정의하는 “느낌”에 해당하는가?’와 같이 각 장의 주제에 대한 연습 문제도 실려있다. 앞서 읽으며 피상적으로 만들어진, 저자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구분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좋은 장치였다.

내가 어떻게 말할지를 다룬 뒤 책은 같은 원리를 상대가 말하는 상황에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전환이 특히 좋았다. 상대가 무엇을 관찰하고, 어떻게 느꼈고, 그 느낌의 기저에 깔린 욕구가 무엇인지 공감하는 일.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는 안 좋은 대화 습관을 점검하기 좋은 도구였다.

이러한 수단이 상대를 내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면 아무리 유용하더라도 훌륭하다 부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실제로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느꼈다. 아끼는 사람들과 책을 함께 읽고 노력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덜 좌절하는 모습을 그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 점이 내겐 특히 중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근본적인 세계관이다.

저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의 배제를 주창한다. 비폭력 대화에 기반한 공감만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듯.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분노가 정당한 상황도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자면 무분별하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경우처럼, ‘의로운 분노’가 필요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내 대답은 이렇다. ‘무책임한 행동’이나 ‘양심적인 행동’ ‘탐욕스런 사람’ ‘도덕적인 사람’ 같은 것이 있다는 사고방식을 내가 조금이라도 지지한다면, 그만큼 내가 이 지구상의 폭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때리고 죽이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를 따지기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주의를 집중할 때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삶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저자가 진정 이렇게 믿는다면⋯ 좋게 봐 주더라도 나이브한 접근이라고 느낀다. 세상 모두가 비폭력 대화에 공감하며 진실된 이해를 나누면 못 풀 문제가 없는, ‘나쁜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는 말이 될지 모르겠다.

하나 나는 현실에 탐욕스러운 사람, 도덕적인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생각한다. 다양한 층위의 권력 차이 또한 명확히 실재한다. ‘선악의 구분은 무의미하고 각자 생각이 다를 뿐 이해와 공감으로 모두의 차이를 해결할 수 있다’ 라는 세계관은 과연 누구의 이득에 복무하는가?

이러한 접근은 악의와 힘을 가진 이들의 오남용에 취약함이 명확한데, 책은 그걸 방지하기 위한 수단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나마 연관된 듯한 「보호를 위한 힘 쓰기」 챕터도 어디까지나 힘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를 굳이 변호해보자면: 사람들의 평소 언어 습관이 비폭력 대화와는 너무 멀어서 관성을 이겨내려면 엄격한 기준과 지침이 중요하다 판단했을 수 있겠다. (연습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세계관에서 어떠한 근본적인 단절,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게 맞나?’라는 절망을 느낀 독자가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정리하면: 대화에 대한 훌륭한 시각과 지침을 제시하는 책이다. 가치 판단에 대한 결벽적이며 순진한 태도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서로를 아끼는 이들과의 관계에 적용했을 때 분명 효과가 있으리라 느낀다. 살면서 몇 차례 더 읽어볼 것 같다.